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뒤에서 울리는 종소리, 비켜줘야 할까? (법적 기준과 현실)

인도를 걷다보면 사람그림과 자전거 그림이 같이 있는 그림을 본적 있으신가요?

같이 다니라는 표시의 그림 같은데..... 뒤에서 따릉! 따릉! 한적 있죠.

순간적으로 길을 비켜주면서도, 머릿속에는 '여기는 사람이 걷는 인도인데 내가 왜 자전거 눈치 보며 비켜줘야 하지?' 하고 불쾌한 감정이 불쑥! 

반대로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는 '자전거 그림이 그려진 도로인데 왜 비켜주지 않지?'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이곳에서 뒤에서 비키라며 종을 울리는 자전거의 행동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궁금해서 이 문제에 대해 법적 기준과 현실적인 정답 정리했습니다.

1. 인도 자전거 그림?

우리가 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 색깔이 다르게 칠해져 있거나, 바닥에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그려진 표지판을 자주 보게 됩니다. 법식 명칭으로는 이를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도심 차도를 무작정 넓히기 어렵다 보니, 기존의 인도(보도)를 나누거나 선을 그어서 "이 구간은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사용하세요"라고 지정해 둔 곳이 전체 자전거 도로의 70~80%에 달합니다.

여기서 많은 자전거 라이더분이 오해를 하십니다. 바닥에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이곳은 '자전거 전용 차선'이고, 걸어 다니는 보행자가 길을 막고 있다면 종을 울려 비키게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2. 보행자가 무조건 '1순위'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겸용도로에서의 통행 우선순위는 아주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자전거의 통행방법)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때에는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법은 아주 명확하게 자전거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든 없든, 인도(보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무조건 최우선 보호 대상입니다.

따라서 앞에서 보행자가 천천히 걷고 있다면 자전거는 속도를 줄여 서행(즉시 멈출 수 있는 느린 속도)해야 하며, 

안전하게 지나갈 공간이 없다면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거나 보행자가 먼저 지나갈 때까지 멈춰 서서 기다리는 것이 법적 의무입니다.

즉, "내가 자전거 타고 가니까 저기 앞 공간 좀 비워줘!"라며 종(경음기)을 울려 보행자에게 비킬 것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오히려 보행자의 평온한 통행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에 가깝습니다.

3. 뒤에서 울리는 종소리, 법적인 성격은?

그렇다면 자전거에 달린 종(딸랑이)은 언제 쓰라고 만든 것일까요? 

자동차의 클랙슨(경적)과 정확히 같은 용도입니다.

자동차 경적은 앞차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하거나 보행자에게 "비켜라!"고 위협할 때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내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긴급한 위험 상황'에서 경고를 주기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죠.

자전거 종소리마찬가지입니다.

  • 올바른 사용: 모퉁이를 돌 때 사각지대에서 사람이 갑자기 나올 수 있어 내 위치를 미리 알릴 때, 혹은 앞의 보행자가 자전거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부딪힐 위기에 처했을 때 경고용으로 써야 합니다.

  • 잘못된 사용: 직선도로에서 멀쩡히 걸어가는 보행자의 등 뒤에 대고 "나 지나가야 하니까 길을 열어라"라는 뜻으로 연속해서 울리는 행위.

만약 자전거가 종을 요란하게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하듯 밀어붙이다가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전거는 법적으로 '차(車)'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도(겸용도로 포함)에서 보행자를 친 사고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압도적인 과실 비율이 적용됩니다. 

특히 자전거·보행자 분리선이 없는 곳이라면 자전거 과실이 100%까지 책정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현실적인 갈등, 왜 반복될까?

법이 이렇게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도로 위에서 얼굴을 붉히는 갈등이 매일 반복되는 이유는 '인프라의 부족'과 '인식의 부재' 때문입니다.

1) 무늬만 분리된 도로 환경

어떤 겸용도로는 가운데에 선을 그어 한쪽은 사람, 한쪽은 자전거가 다니도록 분리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도로 폭이 워낙 좁다 보니 사람이 조금만 옆으로 치우쳐도 자전거 선을 침범하게 됩니다. 

자전거 라이더 입장에서는 속도를 내며 달리고 싶은데 자꾸 흐름이 끊기니 답답함을 느끼고, 보행자는 좁은 인도에서 자전거가 쌩쌩 지나가니 늘 불안감을 느낍니다.

2) "자전거는 차"라는 인식의 부족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유모차나 킥보드 같은 '보행 보조 수단' 정도로 가볍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붙은 자전거는 보행자와 충돌 시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을 유발할 수 있는 엄연한 '차량'입니다. 

내가 차를 몰고 인도에 들어와 있는 상태라는 인식이 있다면, 감히 보행자에게 비키라고 빵빵거릴(종을 울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5. 모두가 안전하게 만들려면

결국 이 갈등을 해결하는 핵심은 '서로를 존중하는 페달링과 발걸음'에 있습니다.

  • 자전거 라이더분들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 도로'가 아니라 '자전거도 다닐 수 있게 허락된 인도'임을 기억해 주세요. 앞서가는 보행자가 있다면 종을 거칠게 울리기보다,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지나가겠습니다"라고 말 한마디 건네며 추월하는 매너가 필요합니다. 속도를 내고 싶다면 인도가 아닌 '자전거 전용도로'나 '차도 맨 우측 가장자리'를 이용해 주세요.

  • 보행자분들께: 법적으로 보행자가 최우선인 것은 맞지만, 자전거 그림이 그려진 겸용도로를 걸을 때는 뒤에서 자전거가 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스마트폰을 보며 갈지자로 걷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뒤에서 종소리가 들린다면 화를 내기보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살짝 공간을 양보해 주는 배려를 보여준다면 더욱 따뜻한 도로가 될 것입니다.

[더픽블 팁]

보행자가 언제나 1순위다!

길을 걷다가 등 뒤에서 들리는 종소리에 더 이상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마세요. 

여러분은 당당하게 걸을 권리가 있는 보행자입니다. 

물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시민 의식이 함께한다면 가장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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